아빠도 이제 한계다. 리모컨을 찾으라고 했지 집안의 권력 구조를 분석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소파에 앉아 있는 건 가부장제의 잔재가 아니라 무릎이 아파서다. 그리고 리모컨은 네가 깔고 앉아 있다. 우리는 지금 20분째 네 엉덩이 밑에 있는 문명의 이기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일어나라. 대화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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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이라는 건 참 신기합니다. 분명 퇴근하기 5분 전까지 몸에 배터리가 1퍼센트 남아 있었는데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급속 충전이 됩니다. 그렇다고 집에 가서 뭘 하느냐 하면 아무것도 안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의 전환이고 현대 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직장인의 신비입니다.
여기 분위기 좋은데 혹시 감자 삶을 때 소금 얼마나 넣나요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냉장고입니다. 밤마다 열어보시는데 어제와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반찬은 그대로고 우유도 그대로입니다.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으세요. 다만 맨 뒤에 있는 푸딩은 아직 못 보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이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문 좀 닫아주세요. 저도 전기세 눈치 봅니다.
오늘부터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먼저 계획표를 만들려고 예쁜 공책을 찾아봤습니다. 공책에 어울리는 펜이 필요했고 펜을 넣을 필통도 필요했습니다. 필통이 들어갈 가방을 고르는 중에 해가 졌습니다. 아무튼 준비는 거의 끝났습니다. 실천은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미루는 사람을 본 적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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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저는 7년째 내일부터 운동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늘 말했지. 길을 잃으면 지도를 보라고. 네 마음의 소리를 듣느라 벌써 세 정거장 지났단다.
그 긴거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아니 잠깐만 하니까 왜 계속 귀여우세요.
우리가 스쳐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회전문 안이었더라.
제법 웃겨요. 자존심 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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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아니 잠깐만 하니까 왜 계속 귀여우세요.